조선일보...자료.
전남 구례는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을 찾는 이들이 거쳐 가는 대표적인 관문이다. 하지만 이곳에 지리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산골마을 주변은 수많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지리산 당일치기 종주가 부담스럽다면 이런 야트막한 산들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이 중 가장 뛰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 구례 시가지 남쪽의 오산(鰲山·530.8m)이다.
구례 오산은 지리산 옆에 두면 야산 축에도 못 끼는 작은 산이다. 하지만 산에 올라 조망하는 섬진강과 지리산 풍광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원효, 의상, 도선, 진각 네 고승(高僧)이 수도했다는 사성암(四聖庵)이 이곳에 자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짙은 숲에 숨어 있는 기암의 시원스러운 풍광도 색다른 볼거리다. 작지만 알찬 재미가 가득한 산이다.
- ▲ 지리산과 섬진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구례 오산. 자그마한 산이지만 지리산의 관문으로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쉬엄쉬엄 봄 산행을 즐기기에 적당한 곳이다. / 허재성 영상미디어기자 heophoto@chosun.com
오산 산행은 사성암을 오르는 것으로 그 첫 번째 단추를 끼운다. 구례읍에서 섬진강을 건너 죽연마을 사성암 등산로 입구에서 산으로 든다. 초입의 시멘트 도로가 끝나면 호젓한 숲길이 시작된다. 그런데 이 산자락의 경사가 여간 매운 것이 아니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천천히 고도를 높인다.
쏟아질 듯 쌓여 있는 돌무더기 밑을 지날 즈음 섬진강이 발아래서 꿈틀댄다. 시원한 조망에 가슴이 탁 트인다. 하지만 아직 감탄하긴 이르다. 팔각정을 지나 포장도로를 따라 30m쯤 오르면 왼쪽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이어진 샛길이 나타난다.
사성암 바로 아래 있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은 오산 최고의 전망대다. 구례 벌판을 흐르는 섬진강과 장엄한 지리산 줄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다시 포장도로를 타고 사성암으로 오른다. 마당 가득한 연등이 봄꽃보다 화려하다. 한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은 장소다. 절벽에 붙어 있는 절집이 아슬아슬하다. 사성암은 여수 향일암, 남해 보리암 등과 함께 대표적 기도처로 알려진 곳이다. 게다가 지난해 최고 화제 드라마 '추노'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더욱 붐비고 있다.
사성암 뒤편의 소원바위를 거쳐 오산 정상까지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산꼭대기의 정자에서 보는 전망도 좋다. 천왕봉까지 뻗은 지리산 주능선은 물론이요, 광양 백운산의 날카로운 산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 사성암 약사전 오르는 길./ 허재성 영상미디어기자 heophoto@chosun.com
오산 정상에서 둥주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기암을 보는 재미가 색다른 구간이다. 그 가운데 압권은 '선바위'라는 70m 높이의 단독 암봉이다. 능선에 전망대가 있지만 마고마을 갈림길로 300m 정도 내려서야 이 바위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남성을 상징하는 바위 가운데 국내 최대 크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에 숲이 짙어 시야를 가리는 것이 안타깝다.
둥주리봉 직전의 배바위도 조망이 탁월하다. 성곽처럼 긴 바위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 물굽이가 매혹적이다. 덩치는 작아도 볼거리가 많아 심심할 틈이 없는 곳이다. 구례 10경에 오산을 꼽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산행 길잡이
오산은 경사가 조금 가파르긴 하지만 산길이 잘 나 있는 편이다. 죽연마을~오산 2.2㎞, 오산~둥주리봉 4.6㎞, 둥주리봉~동해마을 3.1㎞의 총 9.9㎞ 거리로 4시간 정도면 완주가 가능하다. 하지만 활공장과 사성암, 선바위, 배바위, 둥주리봉 등 전망 포인트에서 시간이 지체되다 보니 실제 산행은 그 두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중간의 선바위에서 마고마을로 내려서는 샛길을 이용해 선바위 아래까지 다녀오면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이 갈림길로 마고마을까지는 4.6㎞ 거리. 마고마을 갈림길에서 주능선으로 20분 거리의 임도(林道)와 만나는 곳에 화장실이 하나 있다. 이후 임도를 타고 잠시 가다 동해삼거리(동해마을 하산길 2.7㎞)에서 다시 능선을 탄다.
둥주리봉 직전에 형성된 성벽 같은 암릉구간이 배바위다. 둥주리봉에서 동해마을로 내려서는 길은 조금 가파른 편. 중간의 민가에서 30분이면 섬진강변의 동해마을로 떨어진다.
동해마을에서 남쪽 도로를 따라 구례구역까지 20분이면 걸어갈 수 있다. 산행기점인 죽연마을로 이어진 2.3㎞ 강변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힌 곳 느긋하게 걸으며 섬진강 구경을 해도 좋다.
사성암에 대한 문화해설을 원할 경우 구례군문화관광해설협회(061-783-2030)에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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